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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6]참교육의 욕구, 교육감 선거가 말한다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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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0  11: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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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상임고문
이번 교육감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전교조 출신 현장 교사들의 대거 진출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는데, 그 중 여덟 곳이 전교조 교사 출신이다.

진보 교육감들의 압승으로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난 4월 16일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침몰한 세월호. 아직도 실종된 상태로 있는 열여섯 분들. 이번 선거는 이 분들을 진도 앞바다 깊은 절망의 물속에 둔 채 치러졌다. 국민들의 선택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세월호 선거였다. 더구나 “가만 있어라”는 한마디로 250여명의 꽃다운 학생들과 교사 12명이 희생된 이번 참사는 학부모인 젊은 엄마들을 화나게 했다. 그 마음은 고스란히 교육감 투표에 반영되었다. 학교폭력과 엄청난 사교육비 등에 시달리며, ‘우리나라 학교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학부모들이다. 그들이 안전마저 속수무책인 세월호 참사를 보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 평가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 평가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세월호 참사는 이번 선거의 변수였다. 그 변수가 결정적 영향력을 갖게 하는 요인이 있었다.

첫째는 민주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였다. 시·도 단위로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후보단일화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고, 그 결정을 유권자들이 신뢰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진영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4대 1 이상이 된 것이다.

둘째는 무상급식, 학생 인권, 혁신학교 추진 등 진보적 정책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이었다. 입시 중심, 줄 세우기, 특권교육 등에 대한 반발이었다.

셋째는 기존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지난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여섯 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뽑혔다. 중간에 억울하게 낙마한 서울교육감과 임기를 끝내고 정치권으로 진출한 경기교육감, 두 분을 뺀 나머지 분들이 모두 이번에 출마했는데, 모두 당선되었다. 진보 교육감으로서의 4년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이 다른 시·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다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선거에서 장관 출신의 보수후보 문용린이 전교조위원장 출신 진보후보 이수호를 꺾고 이겼으나, 이번에 재선에 실패했다. 학생인권조례나 혁신학교에 부정적인 보수정책이 심판을 받은 것이다.

특히 투표방법의 개선도 진보 교육감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정당기호 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육감 선거는 기호 추첨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 폐해가 가장 심각했던 선거가 필자가 출마했던 지난번 서울교육감 재선거였다. 새누리당 번호인 1번을 뽑은 이상면 후보를 당시 민주당 번호인 2번을 뽑은 문용린 후보가 유력인사 등을 동원하고 차기 양보를 약속하는 등 온갖 회유와 겁박으로 결국은 사퇴시키고 말았다.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가 늦어 투표용지에 어쩔 수 없이 이름이 인쇄됐는데, 선거비용 전액보전에 해당하는 15% 이상의 득표를 하면서 선거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교육감선거는 투표용지에서 고정된 순번을 없앴다. 당락을 왜곡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제거되어 진보 교육감이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6월 4일 치뤄진 지방선거에서 전교조 교사 출신 등 진보교육감 13명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됐으나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이에 전교조는 이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등 법률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사진제공 : 전교조)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교육감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전교조 출신 현장 교사들의 대거 진출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었는데, 그 중 여덟 곳이 전교조 교사 출신이다. 전체 시·도로 보더라도 거의 과반수에 해당한다. 이분들 대부분은 그 지역의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다. 전교조를 창립하고 그 과정에서 해직은 물론 감옥살이까지 한 전교조의 핵심인물들이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전교조는 1989년 비민주적인 엄혹한 군사정권 치하에서 ‘참교육’의 깃발을 들고 출범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교육투자 미흡으로 콩나물교실이라 불리던 최악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그로 인해 발생했던 학교에서의 온갖 부정과 비리 등을 척결하며,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교육하겠다고 주장해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돈봉투 촌지의 거부, 각종 참고서 등 부교재 채택 시의 리베이트 거절, 비교육적 체벌 금지, 과도한 보충수업과 타율적 자율학습 거부 등은 동료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전교조가 필요한 존재라는 방증
전교조가 필요한 존재라는 방증그러나 정부는 정부정책이나 시책에 위배되고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전교조를 부정하고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했다. 특히 조직형태를 노동조합으로 하자 특별법으로 설립과 운영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중심의 노동운동을 백안시하며 이데올로기적 탄압으로 일관했다. 합법화 이후에도 끊임없이 노조활동을 빌미로 징계를 일삼았다.

수구 정치세력과 보수언론이 합세해서 전교조를 사회적 불순세력으로 몰아 낙인찍기에 혈안이 되곤 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당시 유일한 진보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에 소액기부를 했다며 전교조 교사 1500명 이상을 기소하여 교단에서 추방하려 했다.

또 박근혜 정권은 아예 전교조를 법외로 내쫓으려 하고 있다. 이런 탄압 속에서도 아직도 6만여명의 조합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교조가 학교 현장에서나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그것을 너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핵심 전교조 교사 8명을 포함한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은 땅 밑에서 마그마로 끓고 있던 민중들의 참교육에 대한 욕구가 화산으로 폭발한 것이다. 일대 혁명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당선된 분들은 선거 기간 내내 단지 전교조라는 이유 하나로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어느 지역 유력한 국회의원 출신 보수후보는 ‘전교조 OUT!’이라는 구호를 현수막에 걸고 정면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먹히지 않았다. 세대가 달라지고 있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며칠 전 전교조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전국교사대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전교조를 결성하던 해 태어난 26세 교사가 단상에 올라 참교육을 얘기하는 걸 들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초·중·고 학생의 학부모들은 모두 참교육 세대다. 전교조가 가르친 세대들이다. 전교조가 눈물로 뿌린 참교육의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 사회를 바꾸어갈 작은 희망들이 꽃망울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당선자 대부분이 30~40%대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자기 힘만이 아닌 보수진영의 분열 덕분이다. 그것은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과도 많은 충돌이 예상된다. 무조건 부딪칠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돌파해야 할 것이다. 함께 당선된 교육감들이 연대해서 공동전선을 펴고, 진보적 교육정책들을 함께 관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선거 결과가 드러나는 시간, 아직도 학교에서 담임을 하며 정년을 몇 년 남겨놓지 않은 전직 전교조 간부의 전화를 받았다. 그냥 말은 못하고 엉엉 우는 것이었다. 이 노 교사의 눈물을 전교조 조합원이면 누구나 흘리고 있을 것 같다. 전교조 깃발을 올릴 때 감격해서 흘렸던 그 눈물을 오늘 다시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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