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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7]‘교육의 정치적 중립’ 이 바로 서려면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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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9  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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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 근본 취지는 정권을 잡은 세력이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비민주적인 정부일수록 교육을 정권 유지와 연장에 이용했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하여 국회 청문회에 회부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 김명수 전 교원대 교수는 언론을 통한 검증과 여론수렴 과정에서 부적격하다는 판단이 났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김 후보자는 드러난 것만으로도 30건이 넘는 의혹에 싸여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표절 의혹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제자의 연구논문을 자기의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 가짜 논문을 교수 승진에 써먹는가 하면, 자기의 연구 성과로 속이고 연구비까지 타먹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심지어 언론에 실을 글을 제자에게 대필시키기도 했다. 사교육 업체에 투자했다가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에 그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넘기는 행태에 이르러선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정도의 도덕적 흠결은 교육부 장관으로는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왜 박근혜 대통령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교육부 장관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실시한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의 설문조사 결과가 그걸 잘 말해주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김명수 후보자의 문제점을 첫째, 제자 논문 표절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도덕적 문제, 둘째, 한국사 논쟁 과정을 통해 드러난 왜곡된 역사 인식, 셋째, 진보교육감의 교육정책을 폄훼하는 이념적 편향성과 포용성 부족, 넷째, 심각한 고교서열화를 차치한 채 경쟁교육을 강화하려는 교육정책 인식 등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를 제외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바라는 것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8명의 전교조 출신을 포함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선출되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것을 인정하고 끌어안아서 사회대통합과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현실 인식보다는 현재의 경쟁체제를 온존시키며 진보교육을 막아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덕적 흠결에도 미련 못 버리는 대통령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전교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유별난 것 같다. 참교육을 통해 학교를 바꾸고 공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전교조 교사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반정부 투쟁 정도로 보는 것 아닌가 싶다. 그는 선거 때마다 전교조를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고 전교조를 공격했다. 그래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교육을 이념논쟁으로 끌고 감으로써 반사이익을 챙기려 했다. 얼마나 이득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된 걸 봐서는 교육에 대한 민심을 크게 잘못 읽은 것 같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전교조 교사들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편으론 이해도 된다.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이나 유병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자기는 슬쩍 빠지려 했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전교조 교사로 추정되는 현직 교사들이 겁도 없이 청와대 누리집에 글을 올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으니 어찌 심기가 편하겠는가? 색출해서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기가 죽기는커녕 2차·3차 더 많은 숫자가 덤비니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결국은 전교조를 교원노조법 밖으로 쫓아내고, 단체협약 해지를 통해 전임자와 사무실 제공 등의 편의를 취소해버렸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 청와대 누리집에 글을 올린 교사 200여명 이상을 검찰에 고발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제 교육부를 통해 서명 교사 색출에 나설 것이다.

   
▲ 영화 <선생 김봉두> 포스터를 패러디해 전교조 교사를 비하하는 이미지가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다.
불현듯 생각난다. 1989년 5월 28일 전교조의 참교육 깃발이 올라가자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 전원의 징계 방침이 떨어지고, 문교부는 전교조 교사의 색출에 혈안이 됐다. 인터넷을 보면 ‘전교조교사 식별법’이라는 글이 있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교신문을 내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자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특별활동에 신문반, 민속반 등 학생들과 대화가 잘되는 것을 만들어 이끌어가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등의 목록이 열거되어 있다. 1989년 문교부가 일선 교육청에 내려 보낸 공문 내용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은 1986년 5월 10일 교육민주화선언 이후 당시 충남교육위원회에서 '문제교사 식별법'이라는 내용으로 작성된 공문이다. 이 내용을 당시 신동아 기자였던 서중석 기자가 신동아 1986년 7월호에 실린 르포기사를 쓰며 인용한 것이 처음이었고 지금 인터넷에 도는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 물론 나중에 일부 내용이 '추가'되었고, 그때와 교육여건이 많이 달라졌지만 이번에 청와대 누리집에 대통령 퇴진 서명을 한 교사들 색출 방법에도 이 ‘문제교사’ 리스트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대통령 퇴진 서명 ‘문제교사’ 식별법

그때도 지금도 정권이 문제로 삼는 건 교육의 정치적 중립, 즉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높은 가치이다. 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교육자치가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문을 해석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우선 어느 정당이나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계적 중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럴 듯하지만 집권 다수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 ‘교사는 정치적 얘기는 해서는 안 된다’고 협소화시키며, 학생들에게 말하고 판단할 기회마저 봉쇄해버린다.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정치적 바보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사는 여러 가지 정치적 견해를 얘기하되, 자기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 된다. 자율과 비판을 배운 학생은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사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 근본 취지는 정권을 잡은 세력이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건국 이래 어느 정부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민주적인 정부일수록 교육을 정권 유지와 연장에 이용했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우리나라 교육과 학교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교과서에서부터 입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모든 걸 국가권력이 장악하고 마음대로 했다. 교사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 비참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서 무슨 민주주의교육이 가능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김명수를 통해 교육을 다시 군사독재시절로 되돌리려는 전근대적 생각을 버리고,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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