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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8]‘품위 유지’와 ‘품행 단정’이란 무엇인가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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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19  1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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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상임고문
문제는 법조문의 애매모호함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조항은 반드시 권력자에 의해 악용될 수밖에 없다.

전교조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일부 교사들이 국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청와대 누리집에 의견을 올린 것을 빌미로 교육부 장관이 해당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더니, 이번에는 교사들의 조퇴를 뒤에서 부추겼다고 전교조 상근교사들을 또 고발했다. 우리나라 교육을 관장하며 교사나 교수들이 학생들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하는 책임을 맡은 주무장관으로서 좀 구차하고 품위가 떨어진다.

교사들을 고발하는 근거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이 국가공무원법 제63조이다. 국·공립교사는 당연히 공무원이니까 해당되고, 사립학교 교사도 공립에 준하므로 역시 해당된다. 품위 유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이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표현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하여 구체적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건강한 상식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판사도 판결을 할 때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양심이 바로 입법취지에 따른 정의로운 보편적 상식이 아니겠는가?

이번 개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김명수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이 좋은 예다. 특히 국립대인 교원대학교 출신인 김명수 후보자는 공무원 출신으로 바로 직접 당사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건의 제자 논문 표절을 비롯한 연구비 가로채기, 칼럼 대필 등은 거론하기조차 창피한 일들이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교수인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시궁창에 빠뜨리고 짓밟는 일이다.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감싸고 어떻게든 살려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도 국민의 건강한 상식적 판단에 거스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비판이 교사 품위 떨어뜨리나

그런데 이번 전교조 교사들은 어떤가? 비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누리집에 좀 듣기 싫은 소리를 한 것이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법에 따라 조퇴를 하고 한 곳에 모여 집회를 했다고, 그것이 그렇게도 교사인 공무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인지 건강한 상식에 물어보고 싶다. 전교조 결성 당시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를 징계하면서 함께 적용한 조항이 바로 이 ‘품위 유지’였는데, 교사가 어찌 스스로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그것은 교사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웃어넘길 수 있지만, 그때는 그것으로 해직까지 당했으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일들도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될 텐데, 뻔한 일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제는 법조문의 애매모호함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조항은 반드시 권력자에 의해 악용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조문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 의무’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이 조항은 너무도 자의적이고 일방적이어서 비판의식이나 창의성을 원천봉쇄해버린다. 특히 전문직에 해당하는 교사에게 이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창의적 전문성을 오히려 상관에 대한 반발로 간주하고 아예 발 디딜 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적이고 민주적인 교사의 억압기재로 활용됨은 말할 것도 없고, 징계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어서 교장과 교사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만든다.

학교 현장의 일선교사들이 부당하고 잘못된 교장의 처사에 한 마디도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런 애매한 법조문의 오용 때문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복종의 강요가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결국 그 피해는 본인 자신을 넘어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학교를 바로잡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이런 애매한 법조문의 정비와 올바른 적용이 필요하다.

이런 법조문은 국적법에도 있다. 국적법 제5조 ‘일반귀화 요건’ 3항은 ‘품행이 단정할 것’이다. 외국인이 요건을 갖추어 우리나라로 귀화하려면 품행이 단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자의적이어서 악용의 소지가 많다.

티베트 난민으로 네팔 국적을 가진 다와파상라마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 이름을 ‘민수’라 지은 마흔 초반의 이 사내는 한국인 아내와 세 아이, 장모님까지 모시고 포탈라라는 티베트 전문음식점을 경영하며 17년째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도 가야하고 좀 안정된 삶을 위해, 귀화 조건도 되고 해서 귀화 신청을 했는데 예상 밖으로 그게 불허 결정이 나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추방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 이유가 위에 예시한 국적법 제5조 3항 ‘품행이 단정할 것’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혀서 자신이 대한민국에 살면서 무슨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일을 했는가 돌아봤는데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한국 친구들에게 물어보고서야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한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며 온갖 어려운 일을 해서 모은 돈을 티베트에서 독립운동을 하거나 고생하는 분들에게 마음과 함께 조금 보낸 것, 둘째,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법에 따라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힘을 보탠 것, 셋째, 명동성당 앞에서 음식점을 할 때 그 지역이 재개발되어 쫓겨나는 과정에서 철거 용역들을 막아서며 저항하다가 오히려 얻어맞은 것이 빌미가 되어 벌금 500만원을 물게 된 것 등이었다. 이런 일들이 포괄적으로 ‘품행 미단정’에 해당되어 귀화 불허 결정이 난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5조 3항에 대해서 구체적 명시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아예 무시했다.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품행 미단정’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귀화가 되지 않으면 벌금처분 받은 것을 근거로 법무부가 민수씨를 추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급한 마음으로 민수씨는 행정법원에 귀화불허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등을 보면 패소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민의 건강한 상식에 호소하고 있다. 민수씨는 오늘도 포탈라식당 주방을 오가며 불안에 떨고 있다. 그 ‘품행 미단정’ 때문에 다섯 식구가 생가지 찢기듯 찢어져야 되겠는가?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를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법이 정의롭거나 공평하지 못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그에 맞는 새롭고 특별한 법을 만든다. 사실 모든 법의 기초가 되는 헌법이 있고 그 헌법의 정신에 따라 하위 법들이 제대로만 운용된다면 법을 둘러싼 이런 소모적인 사회적 낭비는 필요 없을 것이다.

요즘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다. 아니 어쩌면 세월호가 10명의 실종자와 함께 가라앉아 있는 캄캄한 바다 속처럼 암담하기만 하다. 배의 침몰과 승객 전원 사망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고, 그 책임을 분명히 물으며, 재발 방지는 물론 안전사회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구체적 내용이면 된다. 애매한 문구나 자의적 해석으로 생길 악용의 소지를 아예 없애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나 유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교조 교사들이나 민수씨 처럼 법의 올무에 걸려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 나에게로 날아오는 화살이 될지 모른다.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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