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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10]학습권 침해의 주범은 누구인가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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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19  19: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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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상임고문
상식적으로 묻고 싶다. 이러한 학교의 혼란과 학습권 침해가 정말 전교조 때문인가? 우선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그 첫 번째 원인제공자는 사법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공방이 새 국면을 맞았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신청을 받아들여 내용상 1심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동시에 교원의 노동조합 결성과 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고용노동부와 교육부)와 보수언론들은 전교조가 학교를 혼란스럽게 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혼란스러운 것은 맞다.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합법적으로 기간을 정해 전교조 전임자로 파견 나와 있던 교사들을 무리하게 복귀시키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은 후에야 모든 것이 확정되게 되어 있음에도 서둘러 전교조의 모든 합법적 지위를 박탈했는데, 2심에서 뒤집어졌으니 혼란이 극에 달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교원’을 너무 축소 해석한 1심 판결

상식적으로 묻고 싶다. 이러한 학교의 혼란과 학습권 침해가 정말 전교조 때문인가? 우선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그 첫 번째 원인제공자는 사법부다. 서울행정법원이 처음부터 올바른 판단만 했더라도 이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지적처럼 1심 재판부는 교원노조법을 축소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사례 등을 아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부의 전교조 몰아내기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쟁점이 된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하여 1심은 교원노조법 상의 ‘교원’을 너무 축소 해석했다. 교원노조법은 일반노조법을 근간으로 하여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아무리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은 존중돼야 한다. 특히 가장 핵심이 되는 단결권과 관련된 조합원의 범위와 자격은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고, 국제적 관례이며, 국민적 상식이다. 그러므로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반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전근대적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법원의 경우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산별노조의 조합원으로 해직자는 물론 구직자나 실직자까지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전교조 규약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도 6만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9명의 해직교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빌미로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쫓는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

전교조가 산별노조인지 기업별노조인지도 쟁점이라 하나, 서울고법은 “교원노조는 성격상 기업별노조가 아니라 산업별·직종별·지역별노조 등과 같은 초기업별 단위노조의 근로자에 가까워 실업자에 준하는 예비교원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분명히 판시하고 있다. 나아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처럼 각종 병원의 종사자들로 구성된 의료산업노조나 은행 등 금융기관 종사자들로 구성된 금융산업노조 등이 형태가 유사한 산별노조들인데 유독 교육산별노조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1심 서울행정법원의 무리한 판결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그것은 전교조를 좌파 단체로 몰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려는 일부 기득권 수구세력이나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 탄압의 칼춤을 추는 박근혜 정권의 반교육적 처사에서 비롯되었다.

노동조합으로서의 전교조는 결성 첫해에만 1500명 이상이 해직당하는 등 극심한 탄압을 받아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력과 조합원들의 피어린 투쟁으로 1999년 합법화가 이루어지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교 현장 변화를 주도하며 잘 버텨왔다. 교원노조법이 단체행동권의 제약이나 조합원 가입범위 제한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시대적 산물임을 인정하면서 그 범위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최선을 다해왔다. 그래서 10년을 큰 문제없이 잘 지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후퇴하며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 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 자체를 봉쇄함으로써 아예 합법의 발을 못 디디게 하는가 하면, 이미 반쪽일망정 합법화되어 있는 전교조를 법 밖으로 추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2010년 3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1년 만에 갑자기 10년 동안 별문제 없이 실시되어오던 전교조의 규약을 개정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오늘의 이 혼란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전교조는 법적 대응을 통해 방어를 하는 한편 문제가 되는 교원노조법의 개정을 국회를 통해 요구하며 버텨왔다.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얼음판 위와 같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태가 유지되었다.


교육부 후속조치 학교 현장 혼란 초래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달랐다. 취임하면서부터 공기업 개혁을 빌미로 노조 조합원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더니, 이런저런 궁벽한 논리를 동원해 전교조가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처음에는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한 전교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그 처분이 그대로 진행되었을 경우 학교의 많은 혼란이 불가피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뒤집어질 소지도 많기 때문에 혼란을 막자는 취지에서 나온 재판부의 판단이었다고 보였다.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재판부의 예비판단의 성격이기도 했다.

그런데 1심 판결은 달랐다. 예상과 달리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일부 판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권력에 아부하는 정치적 재판의 전형이었다.

그런 판결이 나오자 교육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와 혜택을 모두 몰수했다.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무실 제공이나 조합비 일괄공제 등을 거부하고, 노조에 파견 나와 있던 전임자까지 일시에 모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갑작스런 조치는 필연코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전임자들의 일괄복귀는 전교조의 업무 마비를 불러왔으나, 그것은 오히려 정부가 바라던 바라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는 전임교사가 파견된 자리에 이미 기간제 교사들이 채워져 있었다. 계약기간을 단축하며 내보내는 것도 문제였지만, 갑자기 선생님이 바뀌면서 겪어야 할 학생들의 혼란은 엄청난 것이었다. 바로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교조와 진보교육감들은 이러한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래의 파견기간인 연말까지로 복귀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묵살당했다. 오히려 복귀가 늦은 전임자들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그 사례가 없는 직권면직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여 미복귀 교사들을 강제로 해직시키는 낯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에 항소심 재판부의 1심 판결을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교육부가 법외노조라는 전제로 전교조에 내려졌던 옳지 못한 모든 조치는 취소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복귀교사 문제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누가 학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가? 과연 누가 학습권 침해의 주범인가?

<이수호 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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