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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12]복무감사 앞세운 ‘교무실 습격 사건’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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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01  14: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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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상임고문
교사들은 알고 있다. 갑자기 복무감사다 뭐다 설치는 것이, 교사들 처지에선 엄청나게 개악된 공무원연금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선생님들을 겁주기 위한 것임을.

(지난 11월 12일 서울 동작구 어느 중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설화했다.)

아홉시 반이 좀 지났을까?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시끌벅적하던 학교가 조용해졌다. 교무실에 남은 교사들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행정업무 처리나 교재연구 등을 시작하려는데, 느닷없이 웬 젊은이가 교직원 명단을 들고 들어와선, 교사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가며 아래위로 훑으며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뒤를 상기된 얼굴을 한 교감이 절절매는 표정으로 따라다니며 일일이 확인을 해주고 있었다. 얼떨결에 당한 교사들은 이름을 부를 때 “예”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알 수 없는 모욕감이 느껴졌지만, 뒤에 서 있는 교감의 애처로운 얼굴이 안쓰럽기도 하고 해서 뭐 씹은 얼굴로 옆 사람을 곁눈질하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외유 중이라 기강 해이해질까 봐?
드디어 김 선생님 이름이 불렸다. 분명히 자리에 앉아서 참고서인지 뭔가를 읽고 있는데, 대답이 없다. 평소에도 말수가 적어 교무실에서 동료 교사들이나 학생들을 상대로 객쩍은 농담 따윈 잘 안할 뿐더러, 사리판단이 날카롭고 의사표현이 분명한 김 선생님이다. 교무실에서 가끔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면 김 선생님의 판단과 대처를 바라보곤 하던 처지라, 김 선생님의 침묵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무리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하더라도 몇 번인가를 부르는 자기 이름을 못 들었을 리 없다. 묘한 웅성거림과 교감의 등장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요즘 아이들 말로 아예 ‘개 무시’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젊은이는 몇 번인가 이름을 더 부르더니, “아니, 시간표엔 분명히 수업이 없는 걸로 되어 있는데 무단이석하신 건가요?” 하며, 위압적으로 교무실 전체를 훑더니 교감을 바라보며 확인이라도 하라는 듯 도끼눈을 뜨는 게 아닌가.

당황한 교감이 “아이, 그게 아니라 저기 자리에 있는데 아마 못 들은 것 같네요” 하며 안타까운 듯 김 선생님 쪽을 향해서 “거기 김 선생님! 대답하세요. 아님 손이라도 들어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아니, 있으면서 대답을 안 하는 거예요? 누구는 뭐 이 짓이 하고 싶어 하는 줄 아세요? 규정상 복무감사라는 게 있고, 내일은 수능 있는 날이기도 하고 또 대통령님께서 해외출장 중이라 공무원들 기강이 해이해질까 봐 특별히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건데, 그렇게 협조를 안 하면 어쩝니까? 이런 분위기가 있으니까 위에서 걱정하는 거 아닙니까?”

교육부 소속인지 안행부 소속인지 몰라도, 수백 대 일을 뚫고 들어온 정규직 공무원답게 나름대로 논리도 있고 말솜씨도 매끄러웠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고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는가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책을 읽는지 생각을 하는지 아님 속으로 분을 삼키는지, 가만히 있던 김 선생님이 조용히 머리를 들더니, 교감을 향해 한마디 하는 게 아닌가.

“아니, 교감 선생님!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제발 좀 조용히 해 주세요. 지금 이 시간은 우리 교사들이 다음 시간을 위해 준비하거나 쉬어야 하는 시간이잖아요? 그건 우리들의 권리 아닌가요? 양해도 없이 남의 권리를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가요? 그러면서 우리더러 학생들에게 남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라고 어떻게 가르치나요?”

   
▲ "소경이 소경을 이끌 수 없는 것처럼 자율적이고 자주적이지 않은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자주적으로 자라도록 가르칠 수 있겠어요?"(사진제공 Flickr 이화외고)
김 선생님은 뭔가 작심한 듯했다. 오래 참았던 무엇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대체 우리 교사들을 어떻게 보는 거예요? 우리가 감시를 안 하면 딴짓이나 하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무슨 못된 짓이나 하는 그런 부류들인가요? 대한민국의 교사가 그 정도 수준인가요? 소경이 소경을 이끌 수 없는 것처럼 자율적이고 자주적이지 않은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자주적으로 자라도록 가르칠 수 있겠어요? 교감, 교장이나 교육청은 교사들이 그런 마음과 태도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게 오히려 방해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교사들을 의심하고 감시하고 그러면 결국 교사들은 눈치나 보며 시간이나 적당히 때우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원하는 겁니까?”

말소리는 조금 떨리는 듯했으나 오히려 비장하여, 30여년 교육경력의 관록과 철학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시작한 시냇물처럼 흐르더니 드디어 계곡을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꼴 당하는 학교서 학생들 뭘 배울까
“정말 말 꺼내기도 창피합니다만, 대통령이 외국 가느라 자리를 비워서 기강이 해이해질까 봐 복무감사를 나왔다는 건 누구의 생각이고 지시입니까?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중세 봉건주의 시대입니까? 일본 제국주의 시대입니까? 아니면 박정희, 전두환 유신시대입니까? 박정희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다시 박정희 시대로 돌아간 겁니까? 아니 그러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 출국할 때, 성남 공항인지 인천 공항인지 나가는 길가에 학생들 줄 세워 태극기 흔들라 하지 그랬습니까? 학생들은 우리 교사가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도 배우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체험을 통해 배우고 있지 않습니까? 아침부터 선생님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면, 그들은 무얼 보고 배우며 자라겠습니까?”

원로교사 김 선생님의 훈시 아닌 훈시에 교감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젊은 상급기관 직원은 잔뜩 짜증난 얼굴이었으나 감히 뭐라고 나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김 선생님은 더욱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교감 선생님! 소위 상급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교육청이나 교장, 교감이 교사들을 이렇게 바라보고 행동하니까, 학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학교나 교사를 항상 의심하고 무시하는 것 아닙니까? 걸핏하면 정확하게 확인도 하지 않고 학교를 쳐들어오다시피 찾아와서 행패 부리고, 교육청이나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경찰에 고소·고발도 서슴지 않는 요즘 세태가, 이렇게 우리가 자초한 것이나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풍조가 학생들에게까지 가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의 권위가 심각히 훼손되어 통제 불능의 지경에까지 이르러 교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벌겋게 되어 서 있던 교감이 젊은이 손목을 끌고 나가며 독기 서린 말투로 한마디 한다.


“김 선생님, 혼자 잘난 척하지 말고 교장실로 좀 오세요.”

교무실에 다시 어색한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교사들은 알고 있다. 갑자기 복무감사다 뭐다 설치는 것이, 교사들 처지에선 엄청나게 개악된 공무원연금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선생님들을 겁주고 꼼짝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이수호 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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