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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15]김영란법 ‘저지’ 나선 당·청 그리고 언론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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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2  1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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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위기에 처해 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이 법률안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통과가 불투명하게 된 것이다.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발의된 이 법안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과 이해관계에 있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 저지를 당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구체적으로 발의가 된 것은 2011년,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이 국민권익위원장에 재직할 때였다. 당시 김영란 위원장은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으로 인하여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이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임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 법안을 발의했다. 사실 이 무렵 현직 검사가 외제차를 받았으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무혐의 처리되는가 하면, 경제규모나 무역 등에서 세계 10위권인 데 비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는 후진국 수준(2010년 39위)에 머무는 등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부패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안을 넘겨받은 정부는 부처 사이의 의견 차이로 원안이 많이 약화된 채 표류하다가, 2013년 8월에야 여론에 떠밀려 정부안을 마련하고,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정무위로 넘어온 이 안은 비슷한 시기에 발의된 같은 이름의 김영주 의원 대표발의 법안과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 법안, 김기식 의원 대표발의의 법안과 함께 법률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어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뜨거운 감자였다. 이 법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의원 자신들이 그 법의 이해당사자로 직접 대상자일 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고위 관료나 관련 공직자의 기득권처럼 보이던 부패 고리를 스스로 끊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법의 필요성
그러던 중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그 참사의 원인을 캐 가던 중 선령이 넘은 낡은 배가 도입되는 과정에서부터, 불법 개조, 일상적 과적 등에서 해당 공무원들이 부당한 청탁을 받고 묵인하거나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갑자기 김영란법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비리사슬이 드러났고, 이걸 뿌리 뽑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김영란법이 빨리 통과되기를 촉구하였겠는가?

   
▲ 김영란법 통과촉구 1인 시위를하는 참여연대 이은미 감시2팀장(사진제공 참여연대)
그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5월에 여야 합의안을 만들게 된다. 그때 정부안에는 없던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되게 된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부정·비리로 얼룩진 관피아 척결이라는 국민들의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을 때라,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반대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해 10월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공직혁신과 부패척결을 이루지 않고서는 다음 세대에 또 어떤 고통을 줄지 모르고, 지금 우리의 노력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조했다. 우리는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했고,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법안이었기 때문에 문제없이 늦어도 정기국회까지는 통과될 수 있으리라 낙관했다.

그런데 세월호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이 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미적거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세월호 정국에서 그렇게 난리를 치며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호들갑을 떨던 언론들도 조용해지고, 엉뚱하게도 정부안에 비해 그 적용 대상이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사 임직원으로 확대된 데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조선일보가 앞장섰다. 당당하게 사설을 통해 “이대로 가면 적용 대상자가 공직자 본인과 그 가족을 합쳐 최대 2000만명이나 된다. 국민의 거의 절반이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검찰·경찰의 힘이 커져 수사권이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법안 내용의 사실 왜곡은 물론 과장과 억지논리로 국민을 위협하고 나섰다. 이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나선 곳은 역시 청와대였다. 세월호에 쫓겨 법 통과를 재촉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말을 바꾸어, “국민의 3분의 1이나 포함될 정도로 대상을 광범위하게 잡는다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관련 대상자들의 반발로 오히려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예정대로 새누리당이 북을 치며 뒤따랐다. 당시 원내대표 이완구는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공직자 접촉이 어려워지고 언론의 취재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당할 개연성이 있다면 곤란하다”며,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언론인은 제외하자”고 반대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지금 당장 언론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는 유보하고 과잉입법 금지나 헌법 위반이 되는지 법사위에서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여당의 태도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지금 관피아를 척결해서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 보자는 국민적 합의와 노력이 조선일보와 청와대 그리고 보수정당들의 커넥션에 의해 어떻게 무산되어 가고 있는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내친 김에 조금 더 살펴보자.

사실 국회 정무위의 법안 통과 과정도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 세월호 여론에 밀려 5월에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면, 절차를 밟아 신속하게 정무위 본회의에서 논의하고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겨야 하는 데도 미적거리고 있다가, 상임위 활동 마감 하루 전날 무슨 비밀작전하듯 통과시켜 법사위로 보낸 것은 절차의 잘못은 물론이거니와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이다.

제동 걸린 법안,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
새정치연합 소속 법사위원장 이상민은 “집단광기 무한과속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입법부도 헌법에 맞게 위헌 결정이 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인이 포함된다면 시민단체도 포함돼야 하고, (사립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데도 비리가 많은데 왜 포함시키지 않느냐, 납득이 안 된다”며 법안을 강하게 성토했다. 홍일표 법사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역시 “(김영란법 통과가) 몇 개월 늦어지더라도 이것을 마치 법사위가 잡고서 표류시킨다고 섣불리 얘기해선 안 된다. 밖에서 보기에는 김영란법이 (정무위에서) 좀 갑작스럽게 나타나 성안된 것으로 보여진다. 몇 개월 정도는 기다려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법사위에서 4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벌써 책임 전가와 핑계대기 등으로 김영란법은 공중에 붕 떠버린 느낌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국민의 힘이고 그것은 여론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 여론을 올바르게 형성해 나가는 것이 바른 언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향이나 한겨레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 몫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이번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실망이 크다. 특히 한겨레는 사회부장을 내세워 반대논리를 펴는 비겁함과 저급함을 보였다. “경찰국가 만들자는 ‘국회판 김영란법’”이란 글은 내가 읽은 관련된 글 가운데 가장 비논리적이고 조악한 내용이었다.

김영란법은 이번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국민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수호 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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