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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16]최저임금 논란, 제2의 ‘김영란법’ 되나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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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20  12: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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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상임고문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은 논란의 수준을 넘어 막가파식 논쟁으로 발전했고, 최저임금의 본질은 외면한 채 자칫 경제계와 노동계, 나아가 정치계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 안타깝다.

결국 이렇게 되면 본래의 취지는 없어진다. 마치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잡은 큰 고기가 항구에 도착했을 땐 뼈만 앙상하게 남아 먹을 게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을 해치는 흉물로 변해버린 것과 같은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사실 최경환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을 처음 제안했을 때의 의미는 최저임금의 원래 취지와는 아주 달랐다. 최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가 자칫 디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태로 갈 것을 염려하여 소비를 촉진시키는 한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마침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시정연설에서 연방 차원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을 선동하듯 강력하게 요구했고, 아베 일본 총리도 비슷한 발언을 한 데 영향을 받기도 한 것 같았다.

세계 최저수준인 국내 최저임금
최저임금이란 잘 알다시피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 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사용자 절대 우위와 친기업 정부 체제 아래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저임금 체제를 온존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그것은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해서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최저 수준이다. 여러 나라의 물가비교지표로 쓰이는 빅맥 값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그 나라의 시급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는 빅맥의 개수는 호주가 4개, 노르웨이가 3.5개, 일본이 2개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2개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이 호주는 우리보다 4배 정도 많고, 일본도 우리보다 거의 2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나라일수록 공공요금이나 식료품 등 생필품은 우리나라보다 더 싸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가를 잘 알 수 있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이 어떨 것인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이미지 제공 : 민주노총)
그런데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최저임금에서 제외된 직종도 많다. 그뿐 아니라 그 알량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노동자가 거의 300만명에 육박한다. 결국은 절대 빈곤층을 두껍게 형성하여 사회양극화를 조장하는 구실을 해 왔다. 더군다나 ‘알바’라는 이름으로 내몰린 청소년 학생 등 단시간 근로자는 감독소홀 등으로 최저임금 사각지대로 몰려 양질의 노동력을 착취당해 왔다.

그래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최종 논의 시한인 6월 한 달은 양 노총이 중심이 되어 단 몇 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매년 피나는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결국 사용자 편을 들어 줬다. 처음부터 낮게 책정된 최저임금은 어떤 원칙도 없는 가운데 매년 쥐꼬리만큼씩 인상되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은 정말 절묘한 한 수였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의 흐름을 선순환으로 잡을 수 있는 데다가 수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다른 차상위 노동자들에게도 임금인상의 기대효과를 줘서 엄청난 정치적 이득도 노릴 수 있다. 이야말로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또한 이러한 중요한 이슈를 야당이나 노동계를 제치고 선점했으니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계도, 노동계도, 시민사회도 환영성명을 낼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뭔가 잘돼 가는 것 같았다. 동기 자체는 본질에서 벗어나기도 했고 제기하는 방식도 대단히 정치적이어서 안타까웠지만, 모처럼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일이 잘 풀려가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절대적 국민여론 때문에 잠시 꼬리 내리고 숨죽이고 있던 대기업 중심의 경제계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그 이득을 나누어 먹는 보수언론이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빌미를 준 것은 오히려 야당과 노동계였다. 현 정부와 여당이 먼저 치고 나왔으면 이번에야말로 야당과 노동계가 단결하여 타당성 있는 구체안을 만들어 공동대응을 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도 받고 정치적으로도 성숙한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각각 다른 안이나 과도한 수준의 인상안을 들고 나옴으로써 반격의 빌미를 주었다.

경제계 꿈틀거리고 야당·노동계 헛발질
대기업이 중심이 된 사용자 그룹은 자기들은 상관없는데 중소기업 등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져 고용이 악화되고 실업자가 늘 수밖에 없다는 등의 극단적 논리로 국민을 겁박하기 시작했다. 때 맞춰 삼성 재벌이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신규 고용을 줄이겠다는 등으로 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온갖 어용학자들이 동원되고 종편은 물 만난 개떼들처럼 설치기 시작했다.

데자뷰란 이런 것인가. 김영란법 악몽을 다시 꾸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고 있다. 공직자의 비리를 막기 위해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이 법을 처음 제안했을 때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 여망에 밀려 이 법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청와대도,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어쩔 수 없이 모두 찬성하고 나섰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그 원인으로 이 배의 도입 및 운영의 인허가 과정에 국가기관 및 공직자들이 연루된 것이 드러나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조속한 입법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과정과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현 정부 부처를 거쳐 국회로 넘어오고,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법안은 왜곡되고 누더기가 되었다. 그걸 빌미로 국회의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노골적인 반발과 언론까지 총동원되는 반대의 저항에 부딪혀 실종위기까지 갔다가 결국은 절대적인 국민여론의 벽 앞에서 졸속처리라는 치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가? 그렇게 국민의 상식에 밀려 압도적으로 통과시켜 놓고는 4명 반대라는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의 불이 꺼지기도 전에 위헌요소가 있느니 어쩌니 하면서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등, 스스로 국회의 역할과 권위를 부정하는 작태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변호사 단체까지 덩달아 곱사춤을 췄다. 시행은커녕 공포도 하기 전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상식적 위헌행위를 저지르고 난리를 폈다. 모두 제 뒤가 구린 탓이고,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에 대한 신경질적인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논의와 결정이 이와 비슷할 것 같아 걱정이다. 최경환 장관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연기를 피우고는 은근히 7%대 인상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 이 인상률은 그동안의 인상률의 평균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 등 사용자 그룹은 경제가 어렵다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것도 엄청나게 올린 거라고 우길 것이다. 거기다 대고 노동계는 일시에 70%나 인상한 시급 1만원을 들고 나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의 최저임금이 김영란법처럼 이해당사자의 충돌이나 정치적 논리로 가서는 안 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 확실한 사회경제적 논리라는 국민의 상식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수호 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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