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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18]가정의 달, 더욱 서러운 미등록 이주자 아이들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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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5  14: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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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노동자의 날인 세계노동절로 시작되는 5월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의 달로 정하고, 가족의 소중함과 그 구성원들의 특성에 맞는 여러 행사들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동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남다르다. 저출산 시대에 아동에 대한 소중함이 더하기도 하겠지만 아직도 부모나 가족, 나아가서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모든 아동이 다 그렇게 귀여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170만명 이상의 이주자 중 미등록 이주자의 자녀들은 불법체류라는 이름 아래 보호 대신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료, 교육 등 모든 사회적 혜택에서 제외된 채 경찰이나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단속의 발걸음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도 1991년에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인, ‘관할권 안에 있는 모든 아동의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할 의무’가 무색할 따름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은 181만3037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3.5%를 차지하며, 그 중 51%가 이주노동자로 나타나 있다. 그 중 20만 8778명이 미등록 체류자 즉 불법체류자인데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들이다. 세계 10위권의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사실상 이러한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의 대가이다.


미등록 신분 19세 미만 6000여명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가족들을 데려와 함께 살든가, 한국에 머물면서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 그 사이에 이주노동자의 아동 자녀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혈통주의를 따르는 현행 국적법은 이주아동이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한쪽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면, 아동의 국적 취득은 허락하지 않는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자녀를 낳아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이주아동들이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하고 만다. 이들은 한국 땅에 살고 있지만 ‘없는 존재’이자 ‘존재 자체가 불법’으로 되어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2월 기준으로 합법체류 기간 만료로 인해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 19세 미만의 아동 수가 6000여 명에 이르며,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미등록 아동을 포함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1만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숫자나 실태파악이 정부 차원에서조차 되어 있지 않아, 이는 앞으로 아동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미등록 아동의 경우, 존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교육, 의료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조차도 빼앗긴 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는 당사자에 대한 극단적 인권침해가 될 뿐 아니라, 사회적 불안을 조성해 이른바 ‘국익’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이주노동희망센터의 심층 면접실태조사에 따르면 그 참상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 5월 12일 (사)이주노동희망센터가 개최한 '심층면접을 통해 본 미등록이주아동 실태 연구 간담회'(사진출처 (사)이주노동희망센터)
<한국에서 태어난 써니는 6세 된 필리핀 소녀이다. 새초롬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한국을 무척 좋아하고 엄마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 써니는 한국 문화에 온전히 적응한 상태이고 자신이 필리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자신이 “한국 사람이야”라며 필리핀에는 가지 않겠다고 한다. 아버지가 단속에 걸린 적이 있어서 써니는 경찰을 두려워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경찰관을 봐도 불안해 한다. 아직 어린 써니가 불안해 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

<2005년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이름을 재민이라 지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기념이기도 하고 아들에게 한국 출생임을 알려줄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해서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재민이는 2007년까지 한국에서 키웠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나이도 어리고 첫아이라서 뭘 잘 몰라서 아이 키우는 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2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집에서 재민이 양육을 맡아서 했고 신랑이 가족을 부양했어요. 불법체류이기 때문에 재민이를 위한 교육과 양육을 위해 별도로 한 일은 없었고 거의 집안에만 있었어요. 재민이가 세 살 되던 2007년에 카트만두에 있는 재민이 외가에 보내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르고 양육할 형편도 못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친정 부모님께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 네팔로 보냈어요. 재민이는 세 살 때 부모와 헤어져 외조부모 손에 자랐고 네팔에는 아직 인터넷 사정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 아빠를 본 적도 없고 해서 자신에게 정말 친엄마 친아버지가 있는지 늘 할머니께 물었다 해요. 지금은 열 살이 되었는데 3년 전에 진짜 엄마 아빠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무척 안심하면서 외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요. “할머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번에 엄마 아빠를 보고 정말 친엄마, 친아빠인 거 확인해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요.”>


장기적 공존의 관점이 필요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별 60억 인구 중 5억명 이상이 일 또는 정치적 이유로 이주민이 되어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를 ‘이주의 시대’로 표현할 만큼 매년 10억명 이상이 여행 등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이주민 200만, 해외 교민 700만 시대의 다문화국가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국제노동이주는 세계화의 주요 특징이 되었고, 국제노동이주를 국내개발과 취업전략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보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80년대 이후 경제성장 동력을 이주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공존의 관점이다. 그것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이제는 편협한 민족주의나 과도한 국가주의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인종과 나라의 차이를 넘어 진정한 전 지구적 공동체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아동의 전국적 생활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나아가서 한국에서 미등록 상태로 살다가 강제추방 및 자진출국한 아동의 귀국 후의 삶의 실태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다른 나라의 사례도 조사 연구해서 참고해 볼 필요도 있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주민들이 처해 있는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못된 것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론화를 통하여 건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청래 의원이나 이자스민 의원 등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가칭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도 급한 일 중 하나이다.

<이수호 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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