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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거리로 나선 위기의 전교조를 위한 변명
이수호 상임고문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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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8  15: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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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전교조가 또 거리로 나섰다. 전국 80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교육수호와 전교조 지키기 국민행동’과 함께 100만인 서명을 받기 위해서다. 메르스 여파는 아직도 남아 있고, 가뭄까지 겹쳐 4대강도 녹조로 덮여 가며 민심은 흉흉하기만 한데, 전교조가 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저렇게 나섰을까, 학부모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것은 교육부가 조합원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교사 9명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돼온 이 사건에 관한 재판은 서울고법 제7행정부에서 7월 23일부터 열린다고 한다.

전교조가 결성된 때는 1989년이니까 올해로 26년째이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에 합법화됐으니, 합법노조로 활동해 온 지도 15년이나 됐다. 그동안 전교조는 법적으로 큰 문제 없이 활동해 왔다.

결성 26주년 생일날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며 2013년 9월 느닷없이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해고자를 배제하도록 규약 시정 명령’을 내리면서 평지풍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원의노동조합설립과운영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에 근거한 전교조는 자체 규약을 통해 자주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 규약에 따르면 전교조는 조합원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교사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합법화 이후에도 그 조항에 따라 해직교사들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며 아무 문제 없이 활동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문제 삼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전교조 집행부는 이 문제가 중요한 일이라 판단하고, 전체 조합원 투표에 부쳤는데,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그해 10월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을 통보하고, 합법노조에 준 모든 편의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불복한 전교조는 해직교사 9인과 기간제교사 1인 이름으로 해직교사를 조합원에서 제외한 교원노조법 제2조와 상위 법률의 근거도 없이 ‘노조 아님’을 통보한 시행령 9조 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편 해당 법원에 그 시행명령의 부당함을 문제 삼아 소를 제기하며 시행 명령 취소 가처분도 신청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며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고, 두 가지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사를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5월 28일(그날은 전교조 결성 26주년 생일날이었다)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서는 합헌을, 시행령 9조 제2항에 대해서는 각하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 해직교사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이미 설립된 노조를 해고자 몇 명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노조 아님’을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은 해당 법원의 몫이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해직자는 물론 구직자까지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사례나 2004년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으로 해고자,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의 가입을 허용한 것에 비춰 보더라도 교원노조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우리 역사의 바퀴를 뒤로 돌린 옳지 못한 판결이었다.

   
▲ 민주교육 수호와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은 7월 14일(화) 오전10시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와 전교조 지키기 100만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출처 : 전교조 홈페이지)
이제 공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노조 아님 통보의 적법성 여부와 함께, 실질성을 근거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는 우리 법원이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비춰 이 문제를 바라봐주길 바란다. 그래서 순리에 따라 전교조가 합법적 지위를 누리며 이제까지처럼 잘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노동조합과 관련한 우리 법체계에도 맞고, 세계적 수준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보통교육이 모처럼 맞은 진보교육감 시대에 발 맞춰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교육에서 전교조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잘 아는 대로 1989년 결성 당시의 우리 사회는 군사독재의 권위주의 시절이었고, 교육은 국가권력에 장악돼 비민주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을 때였다. 개발독재 체제에서 교육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학교는 관료화돼, 학급당 학생 수 70명의 콩나물 교실에서 학생, 교사는 숨쉬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학교와 교실은 온갖 부정·비리와 폭력, 학부모들의 돈봉투까지 춤추는 아수라장이었다.

이때 참교육을 부르짖으며 교육개혁 실천에 나선 분들이 전교조 교사이다. 지금처럼 학교의 교육환경이 크게 바뀌고 부정·비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전교조 덕분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진보교육감 13명 중 8명이 전교조 출신
전교조는 참교육의 내용으로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내세웠는데, 이 내용들은 교육의 본래 목적, 즉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상당히 보수적인 내용들이다. 민족이나 국가주의를 강조한다든지, 헌법가치인 민주주의를 내세운다든지, 각자의 인간성과 사회적 품성을 귀하게 여기는 것 등은 평등, 생태, 다양성 등 진보의 일반적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보수정권은 그런 주장과 실천마저 문제 삼아 이념으로 분칠을 해서, 빨갱이(요즘은 종북세력으로 바뀌었음)로 몰아붙이며 적대시하고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 또 그것을 적절히 정치적으로 이용해 선거 때마다 공적으로 삼아 공격하며 보수세력을 끌어모으는 도구로 활용했다. 지난 대선이 그 절정이었다.

이런 탄압 속에서도 전교조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자체연구와 자율연수를 거쳐 수업방법을 새롭게 해 교실과 학교의 개혁을 고심했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올바로 다가가 그들을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시키려고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것마저 오해하고 의심해서 불온시하고, 전교조 교사를 의식화 교사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광우병 촛불시위나 최근 세월호 관련 집회 등에 학생들이 나오는 것도 그 배후는 모두 전교조라고 공공연하게 떠드는 일부 보수언론의 시각도 바로 이런 보수정권의 관점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자치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13개 시·도에서 당선됐는데, 그 중 8명은 전교조 간부 출신들이다. 이 결과는 전교조에 대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보수정권이 아무리 전교조를 빨간 칠을 하고 정치에 이용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탄압을 하더라도,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많은 국민들은 전교조의 실체와 그 진정성을 잘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초·중·고 할 것 없이 현재 학생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전교조 교사가 자기 아이 담임이 되면 좋겠다고 답한다. 학생을 차별하지 않고 수업에 열심이며 담임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그 성실성을 학생들이 알고 존경하기 때문이다.

요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학교교육을 좋게 바꿔보려는 노력을 조심스럽게 펼쳐나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전교조 교사들이 있다는 것는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혁신학교는 교육혁신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와 실천을 전제로 하는데, 그 모든 것이 담당 교사의 자발적 헌신에 기초하고 있다. 희생을 감수하고 그 자리를 지키는 교사들이 대부분 전교조 교사들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전교조를 다시 법 밖으로 쫓아내는 일이 현실화돼서는 안 되겠다. 헌법재판소도 현행법 아래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법원이 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의 올바른 판결을 기대한다. 이러한 때 전교조는 더 성실한 자세로, 오로지 학생과 학교교육을 위해 교사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며, 교육을 통해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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