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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호의 갈팡질팡]또, 성희롱?
오종호 기자  |  wolf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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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30  18: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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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 어제 (총무)부장님이 제게 하신 말씀, 이거 성희롱 아녜요?”
들어보고 자시고도 전에 당시 우리 회사는 ‘성’자가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내가 입사하기 전, ‘그’ 총무부장이 우리팀 부장이 없는 3, 4차쯤 되는 회식자리에서 우리팀 여성 직원에게 꽤 심한 성희롱을 했고, 다음날 우리팀 부장은 총무부장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결과는 우리부장이 총무부장의 강펀치 몇 대에 완전 깨갱, 자존심은 우루루...
며칠 휴가를 냈던 그 여직원도 출근을 미루더니 결국 사표를 냈다고 한다.

그 일 뒤 4~5주 쯤 지나 난 그 팀의 차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전 위사건의 전모는 대충 들은 바였고. 우리부장은 총무부장에 대한 쪽팔림인지, 내게 대한 경계인지, 내 입사 1주 뒤에 그만뒀고, 난 차장으로 우리팀인 ‘편성팀’장이 되었다.

그간 난 의식적으로 ‘그’총무부장과 친해지기로 노력했다. 마침 성(姓)이라도 같기에 그런 빌미로 시작해서... 온갖... 그런데, 또 총무부장과 관련된 ‘성(性’)자가 언급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우리팀 여성PD는 처음에는 퇴사를 하겠다고 길길이 뛰더니, 결국 나로 하여금 총무부장의 사과를 받아달라고 했다. 아마 한 2시간쯤은 그 피디의 온갖 하소연을 군소리 없이 다 들은 끝이었다.
“저도 회사는 정말 그만두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는 분하기도, 억울하기도, 무섭기도 해서 도저히 못 다니겠어요. 총무부장이 직접 사과한다면, 최소한 앞으로 얼굴 대하는 것이 무섭지는 않을 것 같아요”라는 거다.

“사과면 돼?”
”네, 대신 차장님이 같이 있어주고 보증해줘야 돼요.“
“사과도 수준이 있는데, 어떤 정도...?”
했더니 나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대답이 왔다.
“우리(여성 직원 전체를 뜻함)를 여직원 말고, 직원으로 대해주신다는 약속이요.”

암튼 총무부장에게 가야했다.
내 옥수수가 털리더라도, 이대로는 내가 회사를 그만둬야할 상황이 될지도 모르니까. 내 팀에서 반복되는 심각한 문제를 모른 체하고서야 내 팀원에게 내 ‘영’이 서겠나? 그렇지 않아도 FD까지 팀원들 대부분이 내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아무튼 그 PD가 겪은 일이 알려지는 것 자체가 내겐 좋을 게 없었다.

총무부장은 일반적인 반응의 단계를 밟았다.
처음에는, “아냐, 설마.”(부인)
두 번째는, “혹시 그랬다 해도 성희롱은 아니지 선배로서 귀여워서 충고한 거지...”(절충)
세 번째는, “그렇다고 뭘 직접 사과까지 하라고 그래, 아 미안해, 니가 대신 전해 줘.”(회피)

네 번째는, 내가 질렀다.
“그럼 내가 (사내)게시판 올려버려요? 자초지종을? 걔야 그만두든 말든?”(바트나? 워트나?)
“...”


세 사람은 만났다.
이런저런 겉도는 얘기(고맥락? 회피?)를 총무부장은 길게 이어갔다.
변명인지 부인인지 회피인지 모를 얘기로 나를 조마조마하게 하던 부장이, 내 눈치를 느꼈는지 급기야,
“미안하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약속도 했다.
그다음부터는 서로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도 지나간 섭섭함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쏟아내는...(아이 메시지?)

많은 말을 하던 그PD가 갑자기,
“저도 미안해요.”하는 거다.
“미안해? 왜? 누구한테?”
“두 분 다에게요. 너무 귀찮게 해드린 것 같기도 하고...”

말하자면 피해여성인 그로부터의 그 한마디에 오히려, 나까지 공범이 된 듯, 우리 남성은 너무나 감격했고,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 우리만의 이런 자리를 더 이어가는 게 낫겠다고 모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린 셋은 정말 자주 회식을 했다. 총무부장이 자꾸 그 여성PD와 나를 엮으려는 농담이 항상 말다툼꺼리였지만...


꼬리글) 제가 겪은, ‘조정’ 비슷하게나마한 기억이 나서 글을 시작했습니다만, 자꾸 괄호 말을 넣고 있네요. 어설프게 배운 티를 내려는 과시욕?
아무튼 숨은그림찾기처럼, 제가 괄호 말을 넣은 것 말고도 괄호 말을 넣을 수 있는 대목들이 더 있지 않을까요? 함께, 찾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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