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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의 내갈길] I see you
이명혜 기자  |  mhceo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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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8  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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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속은 눈을 보아야 안다’는 속담이 있다. 눈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므로,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 입으로 하는 백 마디의 말보다 눈은 침묵 속에서도 강한 진실을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보며 상대의 마음을 확인한다. 눈을 서로 마주친다는 것은 곧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고 결국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뜻한다.

눈 맞춤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1989년 미국의 심리학자 캘러먼과 루이스는 생면부지의 남녀 48명을 모집하여 한 그룹에는 특별한 지시 없이, 다른 한 그룹에는 2분간 상대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 2분 후, 특별한 지시가 없었던 그룹에 비해 상대의 눈을 바라보게 한 그룹에서는 “가까이 보니 그녀의 눈이 참 예뻤어요.”,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설렜어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눈 맞춤으로 서로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 것이다. 이 연구의 결론은 ‘눈 맞춤은 호감도와 비례하며, 눈 맞춤으로 상대방의 혈관에서 사랑의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이 솟구친다.’고 했다. 그래서 연예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처음만난 연예인에게 ‘눈빛교환타임’을 시키는가보다.

   
 
하지만 이 눈 맞춤이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처음 보는 사람과 한 번의 눈 맞춤으로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잘못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 여선생님이 교생으로 오신 적이 있었다. 매번 남선생님과 수업을 듣기만 했던 나로서는 교실에 여선생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특히나 20대에 얼굴도 목소리도 예뻤다. 수학시간에 코싸인, 탄젠트가 이렇게 재밌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들었고, 눈에 온 힘을 담아 “나는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신호를 보냈다. 얼마 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조용히 부르셨다. “네가 나를 너무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 혹시 내가 뭐 실수했니?”

그 이후, 다른 사람과 눈 마주치는 게 한동안 어려웠다. 대화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듣다가도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리거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많았었다. 눈을 바라만 본다고 다 같은 눈 맞춤은 아니었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눈 맞춤은 주고받은 눈 맞춤이 아니라 일방적인 눈 맞춤이었다. 마음과 마음의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의 ‘빤히 보는 시선’이 첫 수업 나온 어린 선생님의 눈에는 원치 않은 시선의 집중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졌을까? 라는 미안함도 든다. 또 한편으로는 선생님도 자신의 눈을 통해 학생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첫 수업에 대한 긴장감과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 어쩌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항방법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눈은 상대의 솔직한 감정도 드러내지만 나의 솔직한 감정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화가 났는지 슬픈지 상대는 나의 눈을 통해 금방 알 수가 있다. 때로는 눈 맞춤이 부담스럽고, 두려울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엿볼 것 같고, 들키고 싶지 않아 주저하고 회피하게 된다. 눈을 마주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눈을 마주쳐야 하는 이유는,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서로 간의 마음을 나누고 갈등과 오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때, 본심을 이해하게 될 때 그제야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눈 맞춤은 곧 소통의 시작이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판도라 행성의 나비 족이 “I see you"라는 인사를 한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단순히 본다는 의미를 넘어 당신의 마음속을 봅니다. 즉 당신을 내면 깊이 이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도 나비 족처럼 상대의 내면을 바라보고 서로가 마음으로 대하고 마음으로 보듬는다면 서로의 이해관심사 또한 말없이 통하지 않을까?

편집자 알림) 예고를 통해 매달18일 경 게재키로했던 [이명혜의 내갈길]의 게재가 늦어졌습니다. 이는 필자의 사정이 아니라 편집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편집자로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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