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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의 내갈길] ‘너를 위해서였다’는 그 거짓말
이명혜 기자  |  mhceo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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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9  1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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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인 스물여섯에 결혼하셨다. 결혼 전에는 첫째로서 가정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결혼 후에는 오빠와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늘 본인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며 하루하루를 사셨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얼마나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셨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서, 어디서 맛집을 보면 '엄마, 아빠와 함께 오면 괜찮겠다.', '요즘은 이런 게 유행이니깐 엄마와 같이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엄마를 거의 반강제로 끌고 가는 일이 많았다.

물론 쉽지 않았다. 문화생활을 위해 영화라도 예매하면, 엄마는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시며 "피곤해", "재미없을 것 같아"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만약 재밌는 작품을 자주 접하다 보면 좀 더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나는 엄마와 영화를 볼 때면 사전검열차 미리 영화를 본 후 처음인 양 재관람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영화보다는 엄마의 표정과 반응을 살피게 되었고, 그에 따라 나의 마음도 일희일비했다.

여행 갈 때도 그랬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엄마가 좋아할 거라 여겨지는 곳이나 엄마가 가보고 싶다는 곳 등을 찾아 여행일정을 계획했다.

그리고 여행 당일,

엄마, 여기 어때?”

여긴 구경할 게 생각보다 별로 없는 것 같아.

엄마, 그럼 우리 다른 곳도 들렀다 갈까?”

늦었어. 내일 출근해야지. 인제 그만 집에 들어가자.

내가 엄마를 위해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반응이 고작 이렇다니엄마의 무덤덤한 태도에 나는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본전 생각도 밀려왔다. '에이씨, 괜히 가자고 했어!'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과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회의를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내가 사실은 이렇게 애를 썼다.', '엄마를 위해 내가 수많은 것을 양보한 거다.', '엄마가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서 나한테 고맙다고 말해줘!'라는 마음이 밑에 깔렸었던 거였다. 그 생각을 마치자, 작은 인정이라도 받아보려고 아등바등했던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연애할 때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상대를 위해 뭐든 해주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었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모든 걸 함께하고 싶었다.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했다. 난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상대도 그걸 알아줄 거라 혼자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과의 연애는 결국 끝이 났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내 연애에 있어 그 사람은 없었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해주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해하는 이기적인 나만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걸 그 사람도 좋아했던 것 같아라는 단순한 생각에 그 사람의 취향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이기심이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졌을까? 애정의 탈을 쓴 강요는 아니었을까?’

모든 행동에는 그에 따른 배경이 있고,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헤아리기는 커녕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믿고 함부로 지레짐작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딴에는 사랑이라고 생각되는 표현이 받는 사람은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 출처 : 미국 FOX 심슨네가족들, 호머심슨

너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라는 열 글자 속에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는다고 한들 결국 그 말의 가운데는 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속엔 나를 위해 그래 줘’, ‘내가 너를 이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아줘’, ‘내가 그 부분은 너보다 더 잘 알아서 그래’, ‘나를 인정해줘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가 예상한 바와 다르게 반응할 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충족되지 않은 나의 바람과 욕구의 왜곡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에 대해 아는 척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기 자랑이고 오만이다.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지배욕이나 우월의식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괜히 다 너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라고 말했다가 진짜 나도 너 생각해서 말하는 건데, 너 나 잘해란 말을 듣기 전에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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