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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잘사주는예쁜누나」를 통해 본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고찰
김명환(한국갈등해결센터 부설 더좋은기업센터 팀장)  |  chief1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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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4  15: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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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누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누나 동생이 연인으로 발전하는 러브스토리와 Stand by your man 등의 복고풍 주제곡은 감성을 자극한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것은 윤진아 대리를 통해 묘사되는 직장 생활의 애환, 데이트 폭력이 최근의 사회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직원들의 비호감을 전적으로 사고 있는 예스맨 공철구 차장은 사내에서 여직원에게 고정적 성역할을 강조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주도한다. 회식자리에서 고기 굽기는 여직원 몫이며, 술 따르기와 러브샷은 빠질 수 없다. 게다가 회식 2차 코스인 노래방은 조직의 단합이라며, 여직원들의 불참을 ‘기강해이’로 몰아간다. 대표이사와 처남매부 지간인 남호균 이사는 직장 내 무례함(incivility)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이사가 부르는 식사 자리를 위해 신고 있던 슬리퍼를 구두로 갈아 신는다. 하지만 회식에 참여하지 않은 여직원을 대하면서 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꼬고 앉아 왜 빠졌는지 다그친다. 이러한 조연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직장인 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맞장구를 치며 점점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금까지의 직장 생활을 다룬 드라마가 직장 내 성희롱, 상사의 무례함, 괴롭힘과 같은 선정적인 장면을 활용하여 시청률을 올리는데 급급했었다면 ‘밥누나’는 뭔가 다르다. 윤진아 대리는 회식자리에서 고기 굽고, 술시중하며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워 그동안 ‘윤탬버린’으로 불렸었다. 하지만 어느 날 동생의 친구였던 서준희가 등장하고부터 그녀에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남친이고 싶은 서준희는 윤진아에게 원치 않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윤대리가 공철구 차장에게 혼내키는 자리에 개입하여 상사의 무례한 행위를 차단한다. 한편 고비마다 윤대리의 어려움을 도와준 정영인 부장은 윤진아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특히 여직원에게 고기 굽기를 시키는 공차장의 행동을 목격하며, 자신도 남직원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자 공차장의 행동은 중단되고 조직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공철구 차장, 남호균 이사의 윤진아 대리에 대한 무례함, 괴롭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이는 직장 내에서 주어지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차장, 남이사는 조직에서 근무조건, 자금 배분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권한을 습관적으로 행사한다는 것이다. 즉, 무례한 행동을 함으로써 그들이 권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Pearson & Porath, 2005). 또한 이들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권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상황을 쉽게 모면할 수 있다(Doshy & Wang, 2014).

그래도 윤진아 대리가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엔 쉽지 않다. 그녀는 조직 내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진아 대리가 성희롱, 괴롭힘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게 된 힘은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그것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사람(observer)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 내 사건은 개인의 감정을 통해 태도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Weiss & Cropanzano, 1996). 윤진아 대리의 상황을 목격한 정영인 부장, 서준희는 공차장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직시한다. 이들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응분의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Folger, 2001). 관찰자는 행위자에 대해 즉각적인 부정적 반응을 함으로써 피해자가 학대 행위로 잃을 수밖에 없는 것 보다 가해자가 나쁘게 행동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을 암시하여 행위자를 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Reich & Hershcovis, 2015). 즉 윤진아 대리가 무례함, 괴롭힘을 당하는 자리에 정영인 부장, 서준희가 관찰자로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아직 6회분 까지만 방송되어 윤진아 대리가 직장 생활에 어떻게 맞서고 대처해 나갈지 궁금하다. 또 그녀가 다니는 회사는 어떻게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이것이 바로 내가 ‘밥누나’에 빠져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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