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연재
(칼럼) 더 나은 공항과 주민의 건강한 균형을 위하여
(사)한국갈등해결센터 김상규 공동대표  |  adrcenter@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4.06.26  13:21: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대한민국의 다양한 갈등 현장에서 협상조정 전문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갈등의 당사자가 되면 당면한 문제 해결 관점에서 기술적인 데이터와 예산 등에 매몰되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런 상황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갈등해결 전문가로서 제가 하는 역할에 관해 오해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송전탑이 되었건, 소각장이나 공항소음이 되었건 사안에 관해 탁월하고 남다른 해결책을 마련해서 문제를 단시일내에 해결하고 갈등을 없애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결국은 이해관계자가 갈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원자 이상은 사실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갈등전문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지나친 단순화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요약하자면 갈등의 객관화와 공식화에 대한 과정관리입니다.

 먼저 객관화 과정을 살펴보면 갈등은 당사자들의 주관적 인지와 감정에 더하여 관계와 역사가 뒤엉켜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갈등해결의 첫 단추는 이러한 감정과 주관적 인지를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 주관에서 객관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돕는 것입니다.

 이건 오로지 밤과 낮밖에 없다는 이성과 합리의 화신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접근입니다. 땅거미가 지는 어스름 저녁의 희끄무레한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일이지요.

 다음은 공식화 과정인데 갈등 사안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해법도 내게 있다는 사람들. 어지간하면 우리 안에서 해결 가능하다는 사람들. 어떤 사안을 공론화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고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사안에 끌어들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라 판단하는 사람들에게는 비효율적이거나 쓸데없는 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갈등현장에서 조정가로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다 보면 오로지 주장만 있을뿐 근거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주장이나 요구조차도 모호하거나 상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원하는 것은 A인데 주장과 요구에는 오로지 B만 나열된 경우도 보게 됩니다. 이때 이것을 어떻게 공식화하고 명확히 할 것인가?

 이 경우 갈등의 당사자들은 때로는 두려움 때문에, 때로는 빈약한 리더십 때문에, 때로는 지금까지 달려온 관성으로 인해 머뭇거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명분을 함께 만들며 리더십을 명확히 하거나 일정 정도의 통과의례를 만들어 가면 당사자 스스로가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갑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통해 상대와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은 중요한 전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공항소음과 관련한 갈등의 당사자 간 객관화와 공식화 과정은 매우 성실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보입니다.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7조에 의해 수립된 제2차 공항소음 방지 및 주민지원 중기계획을 세우며 소통·협력·공동체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소통 브리프를 발행하는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온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래층 사람에게는 다양한 대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노() 철학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먼저 윗층에 올라가서 그 아이들을 만나보라고 합니다.

 흔히들 윗층에 기서 아이들 부모도 만나고 서로간에 어려움을 이야기 나누어 보라는 취지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노() 철학자의 관점은 좀 다릅니다. 그냥 올라가 아이들만 보고 오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간단합니다.


 우리는 모르는 아이가 윗층에서 뛰어놀면 층간소음이 되어 괴로움에 시달리지만 만약 윗층에 내 손주들이 뛰어놀고 있다면 그걸 소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는 아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인지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항소음과 같이 공적인 기관이 포함되어 당사자 간 힘의 불균형이 명확한 사안에 이런 예화를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우선은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메타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의가 필요한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상대방 입장에서 나를 되돌아 보는 것은 좀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국은 서로 만나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입체화하는 것 이외에 갈등에 관한 특별한 묘약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한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안타깝게도 갈등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기회는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파괴적인 방향이 아닌 건설적인 에너지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공항소음과 관련한 당사자 간의 객관화와 공식화 과정을 꾸준히 만들어가며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가는 좋은 선례로 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최근인기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법인명 : (사)한국갈등해결센터  |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51길 16, 지산빌딩 5층  |  대표전화 : 02-598-8217
등록번호 : 서울 아 02821  |  등록일 : 2013. 09. 23  |  발행인 : 표대중  |  편집인 : 조성훈   |  청소년보호·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이대홍
Copyright © 2013 갈등해결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rnews@ad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