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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의 사회-1]행동하는 시민들의 고통 분배
이수호/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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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2  13: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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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호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깨어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은 우리 안에서 잠자고 있는 새로운 상식을 일깨워내고 있다.

22일간의 철도노조 파업이 끝나면서 국민은 철도 민영화의 부당함을 잘 알게 됐지만, 철도노조는 많은 탄압 속에서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오히려 잘 싸우고 있다. 500명 이상의 해고 위협과 수백억원의 손배 가압류로 노조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철도노조는 잘 버티고 있다. 무슨 힘이 철도노조를 버티게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이번 파업을 준비하면서 철도노조가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어떻게 하면 조합원 모두가 함께하는가였다. 철도는 필수유지업무 부분이 있어 조합원 모두가 파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에 남을 인원과 파업에 참여할 인원을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결정해서 관리해야 한다.

이번 파업에는 지난 2009년 파업에 참가해 징계를 받은 조합원은 필수유지업무로 돌려 파업에 참가시키지 않고, 그때 남았던 조합원을 중심으로 파업 참가 대오를 짰다. 조합원들도 흔쾌히 따랐다. 철도노조원이 일단 파업에 참가하면 징계를 당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파업 기간에는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돼 경제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파업이 끝나면 노조는 파업 참가자와 불참자가 파업 참가로 생긴 경제적 손실을 같이 나눈다는 것이다. 엄청난 계산과 많은 업무량을 감당하며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조합원 누구도 불평 없이 여기에 흔쾌히 동의하고 따른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이익과 손해를 골고루 나누는 사례는 성과상여금의 균등 배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회사에서는 상여금을 주면서 경쟁을 시키기 위해 남의 봉투에서 돈을 빼서 내 봉투에 넣어주는 차등성과급 제도를 시행한다. 노조는 그걸 다 모아 균등하게 나누어 지급한다.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흔쾌히 따른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쉬운 일 같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만약 회사의 이런 성과급 시책에 말려들면, 결국 노동자들은 동료와 무한경쟁을 벌이게 되고,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다.

비인간적인 차등 성과급제도
이런 사례는 다른 민주노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전교조의 성과상여금 균등 분배도 그 좋은 예이다. 교육이라는 전문직 교사에게 성과급을 차등지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정부는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비현실적인 잣대로 교사를 평가해 차등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항의해서 전교조 교사들은 처음에는 지급된 성과상여금을 모두 모아 교육청에 반납하는 투쟁을 벌였다. 받지 않으려는 교육청의 마당에 돈다발을 던져 넣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반납이 불가능해지자 전교조는 그 돈을 장학금 기금으로 쓰기도 하다가, 학교 단위로 균등 분배를 하고, 그 중 일부는 학생들을 위해 더 좋은 일에 쓰기도 한다.

전교조가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화 시도를 막아내며 굳건히 살아남는 힘도 이런 데서 나온다. 전교조는 결성과 함께 1500명 이상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탄압을 받았다. 그때는 법외노조였기에 조합원을 공개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비공개 조합원과 후원회원의 힘으로 1500명 이상이나 되는 해고조합원을 복직할 때까지 5~10년을 먹여 살렸다. 그랬기에 해고된 교사가 거의 이탈 없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고, 복직한 교사는 전교조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해 오늘 같은 전교조를 만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그렇기 때문에 남을 이겨야 하는 경쟁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자본주의가 낳은 폐해다.
특히 자본주의의 말종인 신자유주의는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경쟁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 속에서 인간은 피폐해지고 양극화는 극단화될 수밖에 없다. 잘못 형성된 비상식의 상식을 자본이 교묘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거짓 상식에서 깨어나 올바른 상식을 되찾아야 한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나눔을 통한 평등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 본성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

새해 들면서 그런 조짐을 볼 수 있게 됐다.
먼저 교학사 역사 교과서 파동이다. 역사를 뒤로 돌리려는 박근혜 정부에 빌붙은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교학사의 근현대 국사 교과서는 왜곡과 오류의 극치였다. 보통 시민들의 상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도 발간을 막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무력감과 절망감이 커갔다. 모두가 싸움에 졌다고 생각했다.

왜곡과 오류의 교과서 거부 당해
그런데 놀랍게도 각 학교의 채택 과정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우선 그 학교의 교사들이 양심에 따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건강한 상식이다. 그런데 일부 보수적인 교장이나 재단 등이 절차도 무시하고 압력을 가해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을 시도했다.

SNS를 중심으로 깨어 있는 건강한 시민의 감시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웠고, 이 시민들은 그 학교가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와 학부모·학생들에게 연락하는 한편, 직접 학교에 전화를 걸거나 SNS를 이용해 압박을 가했다. 그에 힘입어 시민단체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학부모와 학생들도 뒤따라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학생들이다. 졸업생들은 학교를 방문해 1인시위를 벌였고, 재학생들은 대자보도 붙이고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가 호소도 하며 매달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압력에 배길 수 있는 학교는 없었다.

결국 대부분의 학교가 채택을 포기하거나 이미 채택한 학교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깨어 행동하는 시민의 건강한 상식을 우리 사회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교학사의 엉터리 역사 교과서는 채택률 0%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새해 벽두 우리 모두에게 큰 물음을 던지며 숙제를 주고 산화해간 이남종 열사의 장례 과정에서도 새로운 상식의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남종 열사는 스스로 유서에서 밝힌 것처럼, 안녕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대신 지고 산화해 갔다. 이 소식이 단신으로 전해지자, 이 비보는 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병원으로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들은 건강한 상식의 깨어 있는 행동하는 시민들이었다. 소식은 급속히 전파되고 병원 앞의 촛불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외면하던 주요 언론들도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왜곡하거나 축소에 급급했고, 보수언론은 무관심하거나 폄하에 몰두했다.

하지만 SNS와 직접 행동을 이길 수는 없었다. 장례를 통해 열사의 정신을 잘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진가가 발휘됐다. 자발적인 시민대책위가 꾸려지고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정당이나 이름 있는 시민단체 등은 할 일이 없었다.

특히 필요한 경비를 모금하는 일에 새로운 시민정신은 더욱 빛났다. SNS를 통한 호소에 국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단시간에 1억2000만원 이상이 모였다. 시민대책위는 그 돈으로 장례를 치르고도 5000만원을 남겨 유족에게 전달했다.

 깨어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은 우리 안에서 잠자고 있는 새로운 상식을 일깨워내고 있다.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president1109@hanmail.net>

※ 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상임고문은 매달 세번째주 <주간경향>에 [비상식의 사회]라는 주제로 카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고문의 동의 하에 같은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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