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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마주하기, 삶으로 들어가기, 관심 갖기이지은의 영화를 통한 갈등해결 방법 배우기
이지은  |  adrnews@ad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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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5  15: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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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라이프’는 영국 커닝턴 구청 사회복지과에 22년째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존 메이의 업무 처리 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그의 주요 업무는 관할 구에서 고독사(孤獨死)한 사람이 구청으로 신고 되면 그의 집으로 찾아가서 유품을 정리하고 그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부고를 전한 후 화장이나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주인공 메이의 업무 처리에서는 다소 특이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그의 몇 가지 독특한 행동에서 나타난 행동을 통해 갈등해결 방법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특이행동 1: 고통과 마주하기
메이는 우선 고독사 한 분의 가족들을 수소문하여 찾고 전화를 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메이를 통해 부고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대부분은 사인이나 언제 죽었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것조차 묻지 않고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짧은 말만 한 채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린다. 결국, 매번 장례식에는 메이와 장례식을 진행하는 신부님 단둘이만 참석하게 된다. 이렇게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을 계속 진행시키는 메이에게 새롭게 부임한 행정관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중략) 아무도 장례식에 안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죽음에 누구도 신경을 안 쓴다는 건데 (중략) 산 사람에게는 모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거죠. 장례식도, 슬픔도, 눈물도 없고(중략) 신경 안 쓰고 싶다는 거지” 그러나 메이는 가족들마저 회피하고 싶어 하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직면하도록 가족을 장례식에 초대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고통은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마주해서 배우기보다는 회피하는 것을 더 많이 더 자주 택하는 것 같다. Carl G. Jung은 “인간을 정신적으로 병들게 하는 것은(신경증) 인간이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렇듯 문제에 대한 회피는 개인을 병들게 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수면으로 올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다. 메이는 가족들이 장례식에 참석하도록 하여 '죽음' 사건과 마주하고 그와 얽힌 묵은 문제들을 직면하여 풀어나가도록 초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 영화 '스틸라이프' 스틸컷
특이행동 2: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기
구청으로 고독사 신고가 들어오면 메이는 먼저 고인의 집으로 들어가서 사진이나 유품들을 면밀히 조사한다. 그리고는 유품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장례식에서 신부님이 낭송할 송덕문을 아름답게 작성한다. 어느 날 고양이와 단둘이 살다가 고독사한 제인 포드라는 여성의 유품 중 붉은색 립스틱, 싸구려 풍의 목걸이와 해변에서 찍은 비키니 사진, 플라맹고 옷을 입은 인형과 크리스마스에 고양이에게 쓴 카드를 보고 메이는 다음과 같이 송덕문을 작성하였다. “그녀는 삶의 행복을 누린 여성이었습니다. 마침내 1945년 평화를 찾은 여름 스카버러에서 젝과 노라포드의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그 격동기에 부모에게는 흔하지 않게 마주친 뜻밖의 사랑의 결실이었습니다. 아주 순조롭게 자라나 단결하면서 우아한 목걸이에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고 화창한 날 해변을 거닐었습니다. 플라맹고 춤에 아주 열정적이었고 늘 기다림에 차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무도장에 갔습니다. 만년에는 동물을 사랑해 아끼는 고양이 수지와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메이는 수석행정관으로부터 평소 업무 처리 시간이 늦고 불필요한 장례식을 계속 진행한 탓에 예산 부족의 이유로 정리해고하기로 했으니, 사흘 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만 처리하고 그만두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의뢰된 빌리 스토크라는 사람의 송덕문을 작성하고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직접 빌리 스토크가 수감되었던 교도소의 교관과 동거녀, 옛 동료와 그가 죽기 전 어울렸던 거리의 부랑자들을 만나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생히 듣게 된다. 이렇듯 메이는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빌리 스토크의 삶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가 했던 행동과 그가 있었던 장소에 가서 그를 생생히 느끼고 경험했다. 그 과정을 통해 메이는 자신과는 100% 다른 종류의 인간 빌리 스토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으며 친구로 삼고 미리 사두었던 묫자리를 선물한다.

메이가 고인을 위한 송덕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의 흔적을 보고 상상하는 과정과 빌리 스토크의 삶으로 들어간 행동은 공감(empathy)과 매우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공감은(empathy) 그리스 말 empatheia에서 왔다. em은 “in", "into", 그리고 “안”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라틴어의 pathos는 “고통”, “열정”을 뜻한다. 즉 일시적으로 타인의 고통으로 들어가서 그가 겪은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공감의 의미이다.
메이가 고독사한 분들의 마지막 장례식에서 낭송될 아름다운 송덕문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빌리 스토크와 친구가 된 것도 모두 그의 삶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소통은 바로 깊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메이와 같이 나의 내적 참조의 틀을 벗고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소통으로 연결되고 이 과정을 통해 갈등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 영화 '스틸라이프' 스틸컷
특이행동 3: 관심 갖고 기억하기

가끔 메이가 퇴근 후 집에서 하는 행동이 있는데 그것은 수년간 장례를 치러주었던 그들의 사진이 담긴 앨범을 펼쳐놓고 마치 사랑하는 가족의 사진을 보듯, 마치 아버지가 자녀에게 관심 갖듯 유심히 보며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나에게 깊은 관심이 있고 또 이따금씩 기억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상대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상대방이 무얼 그리 큰 것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사실 만으로 외롭지 않고, 그 사실 만으로도 위로받고 나의 존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스틸라이프' 스틸컷
최근 한국에서 여전히 풀지 못한 채 맞이한 세월호 1주기를 지나면서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자신의 이익도 아닌 유가족들과 별이 되어버린 이들을 떠올리고 애도하는 수많은 메이를 보며 가슴이 먹먹하기도, 세월호를 잊은 한국 사회 모습을 분석한 해외 기사를 보며 죄책감과 수치심도 느껴졌다.
유가족에게 필요한 건 바로 메이가 그러했듯 이 사건의 문제를 제대로 보고, 18세에 너무 일찍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쉽게 잊지 않고 기억해주며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참척(慘慽)의 슬픔을 경험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매도하거나 속단하지 않고 그들 곁에서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이지은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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