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어느 곳, 어느 때에도 사회 갈등은 존재해 왔습니다. 갈등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불편함과 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갈등을 통해서 사회 주체들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사회 주체들의 이해관계의 충돌을 세련되게 해결하는 사회가 선진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갈등을 제도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단기간의 성장을 경험한 한국 사회는 동시에 급격한 사회 갈등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각종 갈등이 심각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갈등을 관리하고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아직도 미흡하다고 판단됩니다.

 지난 2020년에 국회에 상정되었던 ‘갈등관리기본법’을 생각해 봅니다. 송재호의원 등의 의원 입법안과 정부안이 순차적으로 입안되어 계류 중에 있습니다. 당시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이 쉽게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2021년 2월에 소관위인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다루어진 이후에 현재까지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관리기본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보입니다. 현재 계류중인 갈등관리기본법안은 공공갈등에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 갈등영향분석을 실시하고, 공공정책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갈등관리기본법이 없어도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들은 공공갈등 현안에 대한 공론화를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공공정책에 대한 공론화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해서 정부의 갈등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화와 숙의를 통하여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참여적 의사결정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 갈등을 해결하려는 방법은 일회성 참여가 아니라, 학습과 토론이라는 숙의공론화 과정을 통한 참여를 제도화할 때 효과적입니다.

 숙의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나 여론조사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능동적 참여와 열린 토론을 통해 공공의제를 제시하고 숙의참여 주체들이 결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를 위해 공공갈등을 효율적으로 예방, 해결할 수 있도록 갈등관리기본법 제정과 갈등관리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